일상상점

종이딱지 추억 아이템

별빛데미안 2022. 9. 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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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포켓몬 가오레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포스팅을 하면서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우리 아이들은 저거에 안빠져서 다행이다
라는 초등생 학부모로서의 안도감이었습니다.

 

실제로 친구의 아들이 포켓몬 가오레에 빠졌다고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한동안 유행했던 인형뽑기를 가뿐히 넘어서는 새로운 등골브레이커의 출현에 문득 위기감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왜 저런 게임에 빠질까하고 생각을 하다보니 저 역시 어렸을 때, 무언가에 빠져서 열광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물론 지금 유행하는 아이템과는 세대차이가 있겠으나, 저의 어린시절 추억을 더듬어 조심스럽게 꺼내볼까 합니다.

 

추억의 종이딱지

 

유년시절 추억의 아이템을 생각해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종이딱지였습니다. 아마도 국민학교 입학전부터 갖고 놀았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든지 처음 경험이 제일 강렬한 법이지요. 

 

나이먹고 인생이 무미건조해지는 것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살면서 이미 한번쯤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 아닐까요?

처음 겪을 때 느끼는 설렘, 환희, 두려움, 격정 등등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반복될수록 그리고 그에따라 익숙해질수록 점점 무뎌지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년 아재들이 조금 더 자극적인 술이나 도박 등에 빠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종이딱지는 국민학교 들어가기도 전인 어린시절 처음으로 접한 아이템이며 놀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네모딱지

 

네모딱지의 대표적인 매력은 공격 시 내리치는 스윙감과 딱지를 강하게 내리쳤을때의 타격감, 잘 넘어가지 않던 난공불락의 상대방 딱지가 공중제비를 돌며 드라마틱하게 뒤집어지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 등 말할 것도 없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달력으로 접은 딱지를 선호했더랍니다. 얇은 달력이 아닌 무게감있는 굵은 달력딱지요. 여러장 겹쳐접은 탓에 묵직한 그립감을 선사하는 그 녀석을 들고 있노라면 세상 어느 딱지도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했지요.

 

팔이 아픈줄도 모르고 동네친구들 딱지 따겠다는 일념하에 어둑해질때까지 풀스윙을 할라치면 엄마가 저녁먹으라고 부르시곤 했지요. 당시엔 아쉬움과 엄마에 대한 다소 원망스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남자의 승부를 방해하다니..이런

 

뭐 이런 철없는 꼬맹이의 객기쯤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얇은 종이달력(BAD) VS 두꺼운 종이달력(GOOD)

 

동그란 딱지

 

동그란 딱지는 네모딱지와 다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지금 나이먹고 생각해보니 동그란 딱지의 매력은 이런게 아닐까 싶네요.

 

 

1. 유한성

 

동그란 딱지는 한판(동그란 딱지 수십개)씩 문방구에서 팔았습니다. 한판을 사서 동그란 딱지를 하나씩 떼는 손맛이 또 쏠쏠해지요.

 

제 기억엔 백원 이하였던거 같습니다. 당시에 조악하지만 작은 조립식 로보트가 백원이었으니까요. 매일 같이 사달라고 백원만 달라고 하도 졸랐어서 요즘도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종종 그때 저의 진상을 소환하시고 합니다. 콩나물도 삼백원이면 한봉다리 넉넉하게 사던 시절이니 백원이 그리 작은돈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다같이 어려우던 시절이니 맘껏 살 수도 없거니와 그로인해 저와 제 친구들이 갖고있는 딱지의 수는 한정적이었습니다. 접어서 만들기에 무한생산이 가능한 네모딱지와는 다르게 제한된 수량으로 희소성이 있던거지요.

 

이 유한성 내지 희소성이 목숨을 걸고 딱지게임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남이 돈주고 사온것을 게임을 통해 정당하게 내가 가져온다.

 

무언가 두근두근하지 않나요? 저역시 어렴풋이 저런 이유로 소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게임에서 져서 친구에게 딱지를 뺏길라치면 어린마음에 눈가가 촉촉해졌으려나요.

 

 

추억의 종이딱지 -ET

 

2. 화려함

 

ET딱지를 보시면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거 치고는 상당히 극화체의 그림인게 보이실겁니다. 요즘과 다르게 당시 만화영화는 극화체의 그림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그림체와 상반되게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원색의 색감은 지금보기에도 충분히 화려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릴때 등하교 길에 지나다니던 학교 뒷산에 뿌려져 있던 삐라도 저런 느낌이었던 같네요. 

 

삐라 - 북측에서 넘어온 삐라는 주워서 학교에 제출

대부분의 종이딱지가 만화영화의 캐릭터를 차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화려한 쪽으로 디자인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맘에 드는 딱지는 종이에 따라 그려보던 기억도 있긴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워낙 극화체의 그림이다 보니 결과물은 뻔했지만요.

 

3. 등급제

만화영화 딱지 - 각종 만화 캐릭터들

 

80년대 딱지에도 이미 등급(level)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유희왕카드나 포켓몬카드에서나 있을 법한 등급제가 고전아이템에서 적용이라니 놀랍지요. 물론 지금처럼 고도화된 등급은 아니었구요. 종이딱지에서의 등급은 마니 아시는대로 테두리에 그려진 별모양의 갯수입니다. 당연히 별이 많은 딱지가 등급이 높았구요. 다만 제 기억에 아이들이 좋아하고 유명한 만화영화의 딱지가 더 인기가 좋았던거 같습니다. 별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듣보잡의 캐릭딱지는 그 가치가 확연히 떨어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머털도사 5성 vs 포켓몬뮤츠 3성


어떤 것을 더 갚고 싶을지 생각하시면 쉬울 거 같습니다. 선호도의 예시일 뿐이고 머털도사 폄하는 결코 아닙니다.

 

별의 갯수로 등급이 매겨진 딱지 - 보물섬 딱지

 

4. 확장성

 

우뢰매 딱지 - 레전드 심형래 선생님

 

단지 작은 동그라미에 그림이 그려진 딱지일뿐이지만 그 확장성은 무척이나 다양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전자게임이나 인터넷등이 없던 시절이니 주어진 한정된 아이템으로 다양한 놀이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일 많이 한것은 앞서 말한 테두리에 그려진 별을 활용한 딱지놀이였습니다.

 

고사리 손에 딱지를 안보이게 쥐고서는 이렇게 외칩니다.

 

별높~별낮~ 몇장 걸래???


별의 갯수에 따라 혹은 베팅수에 따라 날아갈수도 혹은 나락갈수도 있는 짜릿한 상황이 펼쳐지곤 했지요.

 

배트맨 딱지 - 고무장갑 껴보이는건 기분탓?

 

그 다음으로 많이 했더 딱지게임은 소위 말하는 "퍼" 입니다.

 

이게 정확한 용어인지 지역마다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살던 동네에서 그리 불리던 놀이입니다.

 

딱지를 바닥에 깔고 입으로 바람을 내뱉으며 불어서 딱지가 넘어가면 이기는 놀이였습니다. 아마도 입으로 불때 "퍼"하고 소리가 나서 그리 이름이 지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외에도 홀짝게임이라 든지, 딱지를 새끼손가락으로 고정하고 튕겨서 멀리 날아가게 하는 놀이라든지, 한발을 들고 무릎을 45도로 굽혀 허벅지를 타고 세워진 딱지를 굴려 멀리 나아지게 하는 놀이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딱지를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닌자거북이 딱지

 

이렇게 다양한 매력이 있으니 저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이 종이딱지에 그리 빠졌었나 봅니다.

 

고퀄의 수많은 아이템의 홍수속에서 부족함 없이 유행에 따라 장난감 등을 바꾸는 요즘 아이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얘기일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레트로아이템으로서의 딱지가 아니라 왜 그 당시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었나 하는 회고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처럼 종이 딱지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이 있으실까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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